■ 나의 한마디
≫ 통합 영어 학습법은 16년 10월 5일 기준으로 3권까지 있습니다. 1권은 총론, 2권은 문법, 3권은 연습방법입니다. 저자는 순서대로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영어 외에도 일본어 등 제 3 외국어까지도 이 방법이 통용되었다고 합니다. 읽을수록 납득이 되는 이론을 설명하니, 천천히 읽어보면서 내가 하고 있는 공부방법이 옳은지,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지를 다시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필자 또한 내가 쓴 리뷰를 보면서 마음을 되새길 생각입니다.
■ 목차
1. 한국 영어 교육의 실패
2. 우리에게는 어떤 수준의 영어가 필요한가
3. 한국 영어 교육의 현실
4. 영어로 생각하기는 가능한가
5. 직독직해, 영어를 죽이는 가장 나쁜 방법
6. 문장구조에 대한 왜곡된 인식
7. 영어는 평생 공부해야 할까
8. 새로운 영어 학습법이 필요하다
9. 제 4세대 통합 영어 학습법(1)
10. 디코딩
11. 언어 구조에 대한 새로운 이해
12. 의미 단락에 대한 올바른 이해
13. 문장구조 습득을 판단하는 방법
14. 도대체 얼마나 공부해야 하는가
15. 시간 내 암기
16. 제 4세대 통합 영어 학습법(2)
17. 영어를 죽이는 나쁜 습관들 (외 6개)
18. 부록
■ 왜 읽었는가?
≫ 영어 단어장 만들고 외우기, 수동태/능동태, 분사, 동사, 형용사, 명사 등 난 언어를 배우는 것인데 왜 암기를 하고 있지? 에 대한 회의감.
≫ 영어 공부도 하고 회화모임도 열심히 나가는데 늘어나지 않는 듯한 영어실력에 답답함.
≫ 배우고는 있는데 "잘못"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즘 잘 나간다는 제4세대 통합 영어 학습법 지식 습득
■ 내 마음대로 책 내용 3줄 요약
≫ 통합 학습법은, 한 시간의 투자로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에 각각 한 시간 연습 효과를 낼 수 있어 한 시간을 투자해 4시간의 학습 효과를 내는 연습을 지향한다. 이 방법으로 1년으로 4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 우리는 듣기를 통해서 말을 배운다. 달리 표현하면 듣기를 통해서 문장구조를 습득한다.
≫ 영어 학습의 성과가 부진할 때 학습자의 불성실로 원인을 돌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배우고 가르치는 기존 내용과 인식에 오류가 없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 책에서 말하는 주의할 점
≫ 통합 학습법을 '비법'으로 간주하면 안된다. 기존의 영어 공부 방식으로 실패한 사람들이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이들은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으면 실망하는 경향을 보인다.
≫ '영어를 잘하게 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가장 알고 싶어하는 사항이지만 대답은 쉽지 않다. 학습자의 이해력, 투자할 수 있는 시간, 요구되는 집중력, 영어 파트너의 존재여부, 자발적 동기부여, 교습자의 역량 등 정말 많은 변수가 있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1년, 2년이라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도 '평균치를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1년 걸린다면 도전해보겠다는 학생이 100 퍼센트다. 2년은 70, 3년은 30, 4년이라고 하면 도전자가 10 퍼센트도 안된다. 이것은 현실이다. 영어 공부에 도전했다 실패한 경험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욕마저도 삼켜버리는 것 같다.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했을 때 그 실효성을 의심하면서 공부한다면 그 스트레스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군복무 기간이 좀 길더라도 언제 끝날지 알면 고된 군생활을 견딜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장기 학습 계획을 방해하고 한국의 영어 교육을 망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이 조급증이다.
≫ 기존 직독직해 방식에 의구심을 품었던 학생이나,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배우는 학생, 영어를 잘하고 싶은 열망이 강한 학생들은 좀 더 빠른 향상을 보인 데 반해, 당장 시험 점수를 올려야 하는 학생들은 개념은 이해하지만 습득이 느린 경우가 많다. 이처럼 천차만별이라 새로운 의미 단락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직독직해를 벗어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집요하게 묻는다. 딱 떨어지는 숫자를 제공하지 않으면 답답해하고, 보수적으로 기간을 길게 잡아 1년이 걸린다고 하면 가치판단을 떠나서 일단 부담스러워한다. 결국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빨리 되느냐 아니냐를 판단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급한 태도가 영어 실패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1~2시간 공부해서 3개월 정도는 걸린다고 기준을 정해버리면 성과가 늦게 나타나는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는다. ‘나는 역시 안 돼’, ‘나는 역시 머리가 나쁜가 봐’, ‘나는 언어 감각이 없는 것 같아’ 등의 자기비하로까지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하루에 1~2시간 공부해서 넉넉하게 1년 정도는 해야 된다고 말하면, 아예 시작하기조차 부담스러워한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뭔가 급하게 이루려고만 하는 성향이 영어 학습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들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육제도를 비난하고 선진국의 교육제도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대학에서 소위 선진국의 수업 방식과 비슷하게 토론을 시키거나 팀별 프로젝트 과제를 내주거나 의견을 논술형으로 서술하라고 하면 상당히 귀찮아하는 경향을 보인다. 비난의 대상이었던 교육제도에 어느새 적응이 되어 새로운 것을 찾거나 시도하거나 받아들이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 '일상 대화 수준'이 목표?
≫ 저자는 영어 공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목표 설정이 왜 중요한지를 학생들에게 이야기 해왔다고 한다. 모두들 충분히 공감하며 동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3~4개월쯤 지나 첫 고비에 직면하면 "나는 그 정도 수준까지 공부하고 싶지는 않아요"라며 발뺌을 하는 학생들이 나온다. '10년을 공부했는데도 영어가 이 지경인데 체계적으로 공부한다 해도 그런 수준에 도달하려면 평생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포기를 해버린다. 그러면서 '그냥 일상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자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생의 '일상 대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성에 대한 고민도 있고, 취업 고민, 다양한 활동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 친구들과의 대화도 포함될 것이다. 연애할 때 애인과 주고받는 사랑의 밀어도 일상 대화의 일부분이다. 영어로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광범위한 내용을 염두에 두는것인가? '일상 대화 수준의 영어'는 가장 완벽한 구사력을 갖추었음을 의미할 수 있다.
■ '영어를 잘한다'는 의미
≫ 영어권 나라에서 태어난 고등학생의 예다. 영어가 아주 유창한 학생은 졸업 후 우리나라의 대기업에 취업하려 한다. 이 기업은 영어가 유창하다고 그를 선발할까? 아니다, 영어 구사력과 업무 처리 능력은 별개다.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의 고등학생보다는 상대적으로 영어는 서툴지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한국 사람이 채용될 확률이 훨씬 높다.
≫ 어느 중소기업 과장이 있다. 이 사람은 영어를 잘한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아왔다. 해외 출장을 가면 일행들을 대표해 영어로 모든 것을 다 해주었다. 회사 측에서는 이 과장에게 업무를 맡기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과장은 한국의 다른 업체들과 계약할 때 협상 능력이 떨어져 회사에서는 과장에게 협상을 맡기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말 협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영어를 구상할 줄 안다고 해서 영어 협상을 잘 해낼 수 있을까?
≫ 위 두 가지 사례는 우리가 영어로 말을 할 줄 아는 것에 대해 얼마나 과대평가를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 어느정도까지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할까?
≫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자신이 구사하는 한국어를 영어로도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다. 당연히 문화 차이는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협상을 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협상에 필요한 '생각하는 힘'을 바탕으로 우리말을 사용할 때만큼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영어를 배운다면 완벽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하기는 결콘 쉽지 않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올바른 목표치 설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 영어로 생각하기는 가능한가?
≫ 영어로 생각하기(Thinking in English)란 한국인에게는 허구다. 회화 수업에서 강사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영어로 생각하라'일 것이다. 우리말을 떠올려서 번역하는 방식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에서 어학연수를 경험한 학생들이 특히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상당히 그럴싸하다.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영어로 생각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최종 목표일 수 있다. 뇌의 언어 영역에 한국어와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같아진다면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면서 매일 영어를 쓰는 상황이라면 영어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영어를 공부하는 한국 사람이 '영어로 생각한다'면 거짓말이다.
≫ 영어로 생각하기는 어떻게 나왔을까? 회하나 어학연수 프로그램은 유창성을 강조한다. 간단한 말이라도 자연스럽게 빠른 속도로 구사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창성은 언어 구사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영어권 국가로 이민을 간 사람들이나 유학생들에게는 특히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설사 조금 틀리더라도 원어민의 속도로 말하는 것을 권장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들이 언어를 습득해가는 과정에서 그러하듯 처음에 부정확해도 자꾸 말하다 보면 정확성도 좋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회화가 초보인 학생들에게 '유창하게 말하려면 영어로 생각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아직 걷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마라톤을 시키는 일과 같다.
≫ 뇌의 언어 영역에 우리말이 99퍼센트, 영어가 1퍼센트를 차지한 상황이라면 이 1퍼센트의 영어 영역을 점점 확장해가는 것이 영어 공부의 과정이다. 우리 뇌에서 영어가 스스로 작동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의 습득량이 늘어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영어 습득률을 높이려면 한국어를 억제할 것이 아니라 한국어와 효과적인 상호관계를 맺어야 한다.
■ 직독직해는 영어를 죽이는 가장 나쁜 방법이다.
≫ I love you를 직독직해 하면 '나는/사랑한다/당신을'이 된다. 하지만 영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I love you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뭐라고 할까? 당신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영어로 말할 때, 'I/you/love'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어로 말할 땐 영어 어순을, 우리말로 말할 때는 우리말 어순을 지켜야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 문장구조에 대한 왜곡된 인식
≫ 사람이 한국어의 언어 구조를 습득했다는 것은 한국어를 할 때 문법을 의식하거나 문법 개념들을 떠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을 적절한 문장으로 만들어 표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라도 '주어를 무엇으로 설정해야 할까 혹은 다음에는 목적어가 나와야겠지...' 등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을 하지는 않는다. 말하는 순간에 자연스러운 우리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이는 매우 당연한 듯하지만, 실은 한국어의 언어 구조를 습득하지 않은 상태라면 불가능한 언어능력이다.
≫ '나는 밥 먹었어요'와 '나도 밥 먹었어요'가 있다. 조사 '는'과 '도' 가 내포하는 의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외국 사람이 위의 예문을 듣는다면 어떨까? 조사 '는'과 '도'의 기능과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보다는 '나' '밥' '먹어' 등 내용이 중심으로 듣고 이해할 확률이 크다.
≫ 모국어 습득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해당 언어의 구조나 규칙을 따로 분리해서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모국어로 된 책을 읽을 때 문법이 틀린 문장이나 앞뒤가 안 맞는 내용, 잘못 사용된 단어들을 쉽게 파악하고, 상대방이 실수로 잘못 말한 부분도 문맥에 맞게 알아서 고쳐 듣는 능력 등은 모국어의 언어 구조를 체득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 용어로 문장구조를 이해하면 표현들을 연상하기 어렵다
≫ 가령 명사 하나를 연상해보라고 할 때 '내가 사랑하는 그 남자(The man who I really love)' 같은 표현을 연상할 수 없고, 형용사 하나를 연상해보라고 할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most beautiful in the world)' 같은 표현을 생각해내지 않는다. 문장구조에서 '동사'에 해당되는 부분 역시 동사인 단어 하나만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예로 'do', 'give', 'have', 'eat', 'make' 등이다. 기껏 해야 조동사를 붙여 쓰거나 조동사에 준하는 표현들을 구사하는 데 그치기 쉽다. 예로, '~를 해야한다'라는 표현을 의미에 맞게 '동사'를 연상하면 'have to do', 'should do', 'must do' 등에 국한되기 십상이다. 경우에 따라 'be supposed to do', 'be asked to do', 'be told to do', 'be required to do' 등 다양한 표현들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동사' 라는 용어로 문장구조를 이해하면 이런 표현들을 연상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문장성분을 말할 때는 '동사'가 아니라 '서술어'라고 하는 것이 맞다.
■ 시간은 얼마나 투자해야 할까?
≫ 실제로 투입하는 영어 말하기 연습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기초 단계에서 학생들은 1분 정도는 말할 수 있다고 하고, 중급 단계는 5분은 말하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회화 수준을 10단계로 나누고 6~7단계의 학생들이 1분 정도 하는 말을 녹음한 다음, 받아 적어서 다시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로 읽어보았다. 개인차는 있었지만 15초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 원어민이 평균 속도로 3분 정도 말하는 분량은 보통 A4 용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양이다. 이를 기준으로 중급 회화 수준의 학습자도 한 시간 회화 수업을 하는 동안 3분 이상, 즉 A4 한 페이지 분량을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어학연수를 기준으로 수준이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시간 30분 수업에서 3분 정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이 것이 네 번 있다고 했을 때 12분 분량이고, 수업 이외의 상황에서 영어를 말하는 시간을 합친다 해도 20분이 채 안 된다. 이를 토대로 한국에서 하루 1시간씩 회화 수업을 듣는 학생이 실제로 말하기를 연습하는 시간을 계산한다. 하루 평균 5분 정도를 영어로 말한다고 해보자. 한달 20일, 1년이면 240일 수업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면 1,200분 분량이다. 1,200분이면 20시간이다. 3년 동안 회화 수업을 하루도 안 빠지고 들어도 평균 60시간 정도이다. 어학 연수도 하루 중 영어로 말하는 시간을 대략 20분이라고 가정해도 1년에 120시간이다. 항상 반복하는 말들을 빼면 실제로 연습분량은 100시간 남짓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영어 학습자들의 실질적인 말하기 연습 시간/분량은 원어민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다. 이런 정도의 투입량으로 영어가 완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디코딩(영.번역)은 해야 한다
≫ 영어 공부 방법 중에 '번역하지 마라' 라는 말이 있는데, 잘못된 조언이다. 영어를 읽을 때 우리말로 번역하지 말고 영어 그대로 받아들이고, 영어로 말해야 할 때도 우리말로 의미를 떠올리지 말고 영어로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번역을 하게 되면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순발력 있게 풀거나 말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실전에서 읽기 지문을 하나하나 번역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이것은 통합 학습법에 입각한 연습 1 단계에서 번역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완벽한 번역을 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이해해야 한다. 일대일로 완벽하게 대응될 리 없기 때문이다. 언어는 문화를 반영한다. 예로 '용'을 영어로 'dragon'으로 번역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용은 성스로운 동물이지만 서구에서 dragon은 악의 상징이기 때문에 단어를 번역한다고 뉘앙스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또 아이가 엄마에게 Where are you going? 이라고 물을 때, you를 '당신'이라고 옮긴다면 한국 문화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번역이다. 여기서 영.번역인 디코딩은 단순히 의미 파악이 아니다. 단어의 올바른 이해, 문법 기능에 대한 이해 등을 포함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 너무나 빠른 우리의 뇌, 인지만 못할 뿐
≫ 한국 사람이 영어를 습득하려고 할 때는 2개 국어 사용자의 입장에서 디코딩(영.번역)을 통해 의미를 파악해야 하고, 파악된 의미를 바탕으로 반복 훈련을 통해 문장구조를 습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앞에서 밝혔다. 그런데 우리 영어 교육에는 디코딩(영.번역) 단계에서부터 직독직해라는 방식이 만연해 있다. 직독직해는 문장이 전개되는 어순에 따라 들으면서 동시에 의미를 이해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문장의 의미는 문장이 전개되는 어순대로 단어를 듣는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장성분 하나하나가 연이어 임시 저장되었다가 문장이 끝나면서 한꺼번에 이해가 되는 것이다. ‘나는 매일 버스로 학교에 간다’라는 말을 아주 천천히 말한다고 해보자. ‘나는’까지만 말했을 때 아직 문장의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는다. ‘나는 매일’까지 말해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나아가 ‘나는 매일 버스로’까지 말하거나 ‘학교에’를 추가해도 문장의 의미가 완전히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문장을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듣는 사람은 정황을 통해 문장의 의미를 추론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다. ‘나는 매일 버스로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니야’라는 문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말에서 한 문장의 의미가 완전하게 전달되는 시점은 마지막 단어의 끝 글자까지 들려준 후이다. 의미가 전달되는 이런 과정을 모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때는 의식하기 힘들다. 너무나 익숙하고 순식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대방이 말하는 문장에서 단어가 들리는 순서대로 주욱 입력되고 바로바로 이해되는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사실은 ‘나는/매일/버스로/학교에/간다’라는 문장을 이해하는 과정은 ‘임시 저장/임시 저장/임시 저장/임시 저장/의미 이해’라는 과정을 거친다. 만약 네 문장을 듣는다면, 이해 과정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임시 저장), (임시 저장), (임시 저장), (의미 이해) // (임시 저장), (임시 저장), (임시 저장), (의미 이해) // (임시 저장), (임시 저장), (임시 저장), (임시 저장), (의미 이해) // (임시 저장), (임시 저장), (의미 이해) 이러한 의미 전달 과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의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게 된다. 모국어에서는 이 과정이 매우 빠르게 일어날 뿐만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이야기의 앞뒤가 논리에 어긋나거나 어법상 오류가 있으면 금세 찾아내는 것이다. 뇌의 언어 정보 처리 속도는 상상 이상이다.
종종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야 의미가 파악되고, 영어는 서술어까지만 들어도 의미가 파악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영어도 우리말도 의미 단락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의미 파악이 가능하다. 또 영어에서는 동사가 제일 중요하다는 말도 자주 하는데, 일리가 없진 않으나 정확한 주장은 아니다. 왜냐하면, 가령 I go to school by bus every day라는 문장의 의미를 전달할 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주어 I가 he로 바뀌거나 서술어 go가 went로 변하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기존 문법에서는 부사구로 취급해 경시했던 서술보충어는 어떤가? by bus가 아니라 on foot이 되거나, every day가 아니라 every Tuesday가 된다면, 주어와 서술어가 바뀌는 것만큼이나 큰 차이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I go to school by bus every day라는 문장을 이해할 때 ‘나는/간다/학교에/버스로/매일’ 형태로 디코딩할 것이 아니라 ‘나는 매일 버스로 학교에 간다’라고 의미 단락 전체를 디코딩해야 한다. 즉 영어 문장을 보면서 동시에 어구의 어순대로 번역할 게 아니라, 의미 단락인 영어 문장이 종결된 후에 의미 파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문장 하나가 아니라 대여섯 문장으로 구성된 하나의 문단을 듣는다면, 앞에서 제시한 패턴대로 임시 저장된 내용들이 이어지다가 한 문장의 의미가 파악되고, 또 임시 저장이 무수히 이루어지다가 또 다른 문장의 의미가 이해된다. 전체 문단이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이런 과정이 일어난다. 물론 처음에는 우리말로 디코딩하는 속도가 매우 더딜 것이다. 왜냐하면 영어 문장을 다 읽은 후에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영어 문장이 종결됨과 동시에 우리말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통합 학습법의 연습 방법을 통해서 가능하다
■ 정보처리 용량의 한계, 신비의 암기법
≫ 마법의 수 7±2: 정보처리 용량의 한계(The Magical Number Seven, Plus or Minus Two: Some Limits on Our Capacity for Processing Information)」라는 단기기억장치에 관한 논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은 인지심리학자인 조지 밀러(George A. Miller) 박사가 1956년에 발표했는데,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면 인간의 단기기억장치가 저장할 수 있는 정보 단위(chunk)의 개수는 5개 이상, 많아도 9개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우편번호나 전화번호가 6~8자리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단어를 불러주고 몇 개를 암기할 수 있는지 살펴보면, 적어도 5개, 아무리 많아도 9개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단기기억 용량을 늘리는 방법은, 기억 단위의 개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한 기억 단위(chunk)의 크기를 크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창문’, ‘겨울’, ‘남자’, 교회’, ‘전화’ 등 단어를 하나씩 암기하면 단어 하나가 하나의 단위(chunk)가 되어 많아도 아홉 개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단어들을 결합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어느 겨울에 교회 창문으로 보이는 한 남자는 전화를 하고 있었다”라고 기억한다면 이 5개의 단어가 묶여서 하나의 기억 단위로 뇌의 단기기억장치에 저장된다. 이런 방식으로 단기기억장치에 저장할 경우 25개 이상의 단어도 암기할 수 있다. 즉 이야기를 잘 만들어 하나의 단위에 더 많은 단어를 포함할 수 있다면 훨씬 많은 단어를 기억할 수 있다. 이렇듯, 하나의 단위를 크게 할 수는 있지만 단기기억장치에 저장되는 기본 단위의 개수는 5~9개 정도이다. 흔히 말하는 신비의 암기법은 이 기본 기억 단위의 크기를 효율적으로 크게 만든 방법들이다.
≫ 실제로 수업 시간에 숫자를 가지고 실험을 해봤다. 칠판에 숫자를 적기 전에, 다 쓰고 나면 바로 지울 것이므로 집중해서 외워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칠판에 숫자를 30여 개를 적고 바로 지웠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숫자를 두 개씩 묶어 외웠고, 숫자에 강한 학생들은 세 개씩을 한 단위로 외웠다. 역시 대부분 5~6개 단위를 기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두 개씩 외운 학생들은 10~12개의 숫자를, 세 개씩 외운 학생들은 15~18개까지 기억해냈다. 암기 대상을 단어가 아니라 숫자로 선택한 이유는 단기기억이 가능한 단위의 개수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단어를 이용하면 익숙한 단어들일 경우 이야기를 만들어서 외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7 7 8 5 7 2 4 6 2 4 5 5 4 0 0 5 0 6 0 8 4 3 1 8…… 같은 식으로 나열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은 전화번호들을 나열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778 5724’, ‘554 0050’ 같은 식이다. 만약 학생들이 이러한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다면 숫자를 2~3개씩 묶어서 기억하는 게 아니라, 7개의 숫자를 한 단위로 기억할 것이며, 총 기억할 수 있는 숫자의 개수는 (5단위를 기억한다면) 35개일 것이다. 이 단기기억장치의 기능을 이해함으로써 영어의 문장구조 습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보통 ‘나는 배가 고프다’라고 하면 이를 하나의 단위로 이해하지, ‘나는’, ‘배가’, ‘고프다’를 각각 이해하지는 않는다. 즉 하나의 의미단위인 문장은 하나의 단기기억 단위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에 5~6문장 정도 기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토익 점수 600점 수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한 문장은 대략 10개 전후의 단어로 구성되었으며,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 4~5개의 문장을 암기하도록 했다. 집중력이 유지되도록 약간의 연습을 한 후 실시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문장 정도를 기억해냈다. 간혹 두 문장까지 기억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10퍼센트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유가 무엇일까? 만약 암기력에 관한 문제였다면 우리말 문장 역시 5~6개를 기억해내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즉 이것은 단순히 암기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영어 문장들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영어 문장을 들을 때, 하나의 의미로 듣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단어로 듣기 때문이다.
■ 얼마나 긴 문장을 외워야 하나?
≫ 하루 다섯 문장씩 외운다. 단, I love you 같은 짧은 문장은 안되고, 최소한 I am going to meet the man who you mentioned before 또는 Janet, one of my best friends, was fired due to repeated absences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문장들이 하나의 이야기 흐름이 되어 한국어로도 기억할 수 있으면 더 좋다. 그렇게 5개의 문장이 계속 이어져서 하나의 책 한권의 분량이 되었을 때,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반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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